박각시 오는 저녁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다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박각시 : 박각시 나방. 해질 무렵에 나와서 주로 박꽃 등을 찾아 다니며 긴 주둥아리 호스로 꿀을 빨아 먹으며 공중에 난다. 날면서 먹이를 먹는 까닭에 언제나 소리가 붕붕하게 크게 난다.
주락시 : 주락시 나방.
한불 :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한 표면을 덮고 있는 상태.
돌우래 : 말똥 벌레나 땅강아지와 비슷하나 크기는 조금 더 크다. 땅을 파고 다니며 '오르오르' 소리를 낸다. 곡식을 못 살 게 굴며 특히 콩밭에 들어가서 땅을 판다.
팟중이 :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크기는 3.2cm ~ 4.5cm 정도로 갈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