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촌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
삼촌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 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에 두부산적을 께었다

손자 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내어 둘렀다

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짚신이 둑둑이 걸리어도 있었다

옛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질동이 : 질그릇 만드는 흙을 구워 만든 동이.
 집난이 : 출가한 딸을 친정에서 부르는 말.
 송구떡 : 송기(松肌)떡. 소나무 속껍질을 삶아 우려내여 멥쌀가루와 섞어 절구에 찧은 다음 반죽하여 솥에 쪄내어 떡메로 쳐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엷은 분홍색의 떡으로 봄철 단오가 되면 많이 먹음.
 오지항아리 : 흙으로 초벌 구운 위에 오짓물을 입혀 구운 항아리.
 임내 : 흉내. 그대로 본뜨는 것.
 밝고 : 까고.
 께었다 : 꿰었다. 끼웠다.
 나무말쿠지 : 나무로 만든 옷걸이로 벽에 박아서 사용.
 둑둑이 ; 한둑이는 10개를 의미함. 둑둑이는 많이 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