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古寺)
― 함주시초(咸州詩抄) 3

 

부뚜막이 두 길이다
이 부뚜막에 놓인 사닥다리로 자박수염난 공양주는
성궁미를 지고 오른다

한말 밥을 한다는 크나큰 솥이
외면하고 가부틀고 앉어서 염주도 세일 만하다

화라지송침이 단채로 들어간다는 아궁지
이 험상궃은 아궁지도 조앙님은 무서운가보다
농마루며 바람벽은 모두들 그느슥히
흰밥과 두부와 튀각과 자반을 생각나 하고

하폄도 남즉하니 불기와 유종들이
묵묵히 팔장끼고 쭈구리고 앉었다

재 안 드는 밤은 불도 없이 캅캄한 까막나라에서
조앙님은 무서운 이야기나 하면
모두들 죽은 듯이 엎데였다 잠이 들 것이다

 

 


자박수염 : 다박나룻. 다보록하게 함부로 난 수염.
공양주 : 부처에게 시주하는 사람 또는 절에서 밥을 짓는 중.
성궁미 : 부처에게 바치는 쌀.
화라지송침 : 소나무 옆가지를 쳐서 칡덩굴이나 새끼줄로 묶어 땔감으로 장만한 다발.
조앙님 : 조왕님. 부엌을 맡으은신. 부엌에 있으며 모든 길흉을 판단함.
하폄 : 하품.
불기 : 부처의 공양미를 담는 그릇. 모양이 불발(佛鉢)과 같으나 불발은 사시(巳時)에만 쓰나 불기는 아무때나 씀.
유종 : 놋그릇으로 만든 종발.
재(齋) 안드는 : 명복을 비는 불공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