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 함주시초(咸州詩抄) 2

 

장진(長津) 땅이 지붕넘어 넘석하는 거리다
자구나무 같은 것도 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차떡이 흔한데다
이 거리에 산골사람이 노루새끼를 다리고 왔다
산골사람은 막베 등거리 막베 잠방등에를 입고
노루새끼를 닮었다
노루새끼 등을 쓸며
터 앞에 당콩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서른닷냥 값을 부른다
노루새끼는 다문다문 흰 점이 백이고 배안의 털을 너
슬너슬 벗고
산골사람을 닮었다

산골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 쓴다는 흥정소리를 듣는 듯이
새까만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하다 

 


넘석하는 : 목을 길게 빼고 자꾸 넘겨다보는.
자구나무 : 자귀나무. 함수초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의 작은 교목. 밤에는 잎이 오므라듦.
기장 : 벼과의 일년초로 식용작물. 인도가 원산으로 1.2~1.5m 정도 자라며 잎이 가늘고 이삭은 가을에 익음. 열매는 당황색이며 좁쌀보다 낟알이 굵음.
막배등거리 : 거칠 게 배로 만든 덧저고리.
막베잠당둥에 : 막베로 만든 잠방이 형식의 아래 속옷.
당콩순 : 강남콩순.
다문다문 : 드문드문, 뛰엄뛰엄.
약자 : 약재료.
가랑가랑한다 ; 그렁그렁한다. 물이 거의 찰 듯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