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도(昌原道)
― 남행시초(南行詩抄) 1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개 데리고 호이호이 회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궤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따디기 :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 무렵.
멕이기에 :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다'는 뜻의 평북 방언. '쏘다니다'의 뜻으로도 쓰임
장뫃이 : 장날이 되어 장터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붐비는 것.
논배미 : 논의 한 구역으로 논과 논 사이를 구분한 것.
눞 : 진흙탕. 늪. 못
닭이짗 올코 : 닭의 깃털을 붙여서 만든 올가미.
새끼달은치 : 새끼다랑치. 새끼줄을 엮어서 만든 끈이 달린 바구니.
동둑 : 못에 쌓는 큰 둑. 동둑. 방죽.
하로진일 : 하루종일.
소의연 : 소의 병을 침술로 낫게 해주던 사람.